일 때문에 들어왔던 덕수궁, 정오가 되어서 일이 끝났다. 그냥 나서기 아쉬워서 사진을 몇장 담았다. 바르낙 두번째 롤이다. 고궁은 조밀한 디자인 때문에 렌즈의 성능을 보기에는 더 없이 좋은 피사체이고 고궁 뒤로 보이는 (보기 흉한) 현대식 건물은 무한대 포커스를 확인하기에 좋은 그림이 되어준다. 마침 날씨도 고추 말리기 좋을만큼 따가웠다. 물론 사진을 담기에는 꽤 더운 날씨였다. 다만 이날은 첫날과 달리 촛점을 무한대로 놓고 조리개도 f16으로 조인채 무한대 위주의 사진을 담았다. 

바르낙 직전에 사용하던 콘탁스IIa가 핀이 맞지 않아 중앙카메라의 김학원 선생께 유료 점검을 받은 뒤 확실하게 좋아졌음에도 결국 방출하게 되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렌즈 엘마는 비록  100%까지는 아니어도 문제 삼지 않을 정도는 되었기에  충분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작고 가벼운 바르낙과 f3.5의 조리개값을 가진 엘마렌즈 셋트는 거리 스냅용에 대한 기대를 더욱 키워주었다.

Leica IIf의 상태가 궁금했다. 남대문 샵에서 구매하고 종로3가를 향하며 사진을 담아보았다. 애칭 바르낙의 가장 큰 이점이라면 작은 크기와 헝겊 재질 셔터로 인한 조용함인데 내 카메라는 사진 담는 소리가 크다. 당분간은 명동이나 종로등 비교적 시끄러운 곳을 다닐 계획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개체 차이라도 있는걸까? 그거참.

사진들은 대체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카메라의 시끄러운 소리는 계속해서 신경 쓰였다. 이런 상태라면 조용한 곳에서는 촬영이 힘들것 아닌가. 자그마치 바르낙이 시끄럽다니, 게다가 저속 셔터도 없는 초기형인 주제에 1/25의 작동이 불량이다. 가지가지 한다는 느낌. 조만간 수리실로 향할 것이다.

LeicaIIf 를 들였다. 소형 카메라의 조상이며 오스카 바르낙이 만든 카메라이기 때문에 유저들에게는 바르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카메라다. 열흘간 컬러 일곱, 흑백 한 롤을 담았다. 보고 또 봐도 참 예쁘게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콘탁스IIa가 아른 거린다.

혹자는 iif의 저속셔터 부재를 들어 iii이상의 모델을 추천하지만 스냅 위주의 사진을 담는 내게 1/25 미만의 셔터스피드는 핸드블러 때문에라도 사용할 수 없고 벌브모드가 있으니 장노출 또한 문제 될 것은 없다. 물론, 셀프셔터와 별도의 저속 셔터가 있는 모델이 압도적으로 예쁜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기회가 닿으면 셀프타이머가 달린 iiif나 iiiG를 사용해 볼 날이 있겠지만 애써 갖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