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블로그에 로그인이 되지 않아 블로그를 방치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후로 블로그니 카페니 하는 온라인 활동은 일체 하지 않고 있었다. 꽤 오래전 일이다. 덕분에 댓글과 포스팅의 수고도 덜게 되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겨 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언제나 위험은 기회가 되고 손을 놓으면 머리가 편안해 진다는 것을 반복해서 깨닫고 있다.

 

소녀의 머리를 비닐 가방으로 가린 아래 사진은 브레송에 대한 나의 작은 오마쥬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사진을 변형하고 흉내낸 것이다. 브레송의 첫번째 일탈이자 여행이었던 아프리카에서 담았던 사진을 떠 올리며 담은 사진인데 브레송의 사진에서는 신문을 보는 어른의 얼굴이 커텐에 가려져 흉물스럽게 느껴졌다면  나는 반대로 어린 아이의 얼굴을 물건으로 가린 순간으로 소비 지향 시대를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것은 거짓말이고 엄마의 쇼핑을 따라 다니느라 지친 일본 여아의 모습을 우연히 담은 사진일 뿐이다^^

 

 

그렇다면 아래 사진은 어떠한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에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사내를 발견하고 준비했다가 촬영한 사진이다. 그러나 사내의 차림새가 평범하여 그닥 눈에 뜨이지 않는 사진이 되고 말았다. 촬영하는 순간에 B컷이 될 것임을 인지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사진을 담았다.

 

 

여름 태극기 집회가 열렸던 청계천 주변에서 담은 사진이다. 변색 렌즈 덕을 본 사진이다. 포럼에 포스팅 했을 때 세 사진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는데 결국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음을 새삼 알 수 있었다. 사진 세장을 들이대며 이런 얘기를 왜 하느냐? 아무 의미 없이 그저 손을 푸는 중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 어떤 의미로든 좋아보이니까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각설하고 본론, 바르낙으로 기변했을때 가장 궁금해 했던것은 과연 올드카메라와 올드렌즈로 얼마나 현대적인 사진을 만들 수 있는가였다. 나는 사람이나 장비나 옛것이어서 옛스러운 것이 아니며 단지 옛스러우려고 하기 때문에 옛스러워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 롤에 담겨 있던 아래 사진을 통해 그것은 아무 의미 없는 궁금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들어진지 칠십여년 된 카메라와 렌즈였지만 너무도 현대적인 사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의 사진이 과거스러운 것은 피사체 때문일 뿐이며 결코 장비에 의한 것이 아님을 사진으로 확인한 셈이다.

 

 

이 후 나는 좀 더 현대적인 느낌의 아니, 요즘 장비로 담은 것처럼 보일만한 소재를 찾아 꾸준히 사진을 담았고 노출로 인해 전달되는 느낌 이외에는 차이점이 존재하지 않는것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아래 명동의 저녁 무렵에 담은 몇장의 사진을 보면 장비로 인한 올드함 따위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올드하다는 것은 피사체로 인함이며 그것이 전부일뿐 다른 어떤 차이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필름사진의 세계였다. 하여 장노출 사진을 담아 그것을 더욱 확실히하고 싶었지만 급한 마음에 해질무렵과 심야라도 조명이 있는 환경에서의 사진에 도전해 보았다. 

 

 

아래 사진은 문래동의 해질 무렵에 담은 사진들이다. 당연히 핸드헬드이고 감도400짜리 필름으로 담은 것들이다. 촬영 할 때는 셔터스피드 1/25로 촬영하였지만 눈으로 보았을때에 가깝게 노출 보정을 하였다. 엘마의 조리개값을 생각하면 감도 400도 블러의 위험이 존재하며 가급적이면 감도 800이상 기왕이면 1600이나 3200 필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중요한 것은 사진의 결과물이다. 나의 한계 속도인 1/25에 감도 400 필름이면 이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하였으므로 나는 다양한 표현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더 이상의 표현은 당연히 벌브 촬영의 영역이 되겠지만 조명이 존재한다면 조금은 더 어두운 시간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때마침 문래동에서 상수도 공사를 하는 현장을 촬영해 보았다. 감도400 필름이었지만 문제는 없었다. 이로써 바르낙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올드필름카메라의 능력은 그리고 최소 조리개 f3.5의 렌즈로도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시 말한다면 바르낙으로 가능한 모든 촬영은 이 세상 어떤 카메라여도 가능하다는 뜻이며 인류 최초의 불편한 소형 카메라가 표현 할 수 있는 사진은 역시 모든 카메라가 가능하다는 것을 말함이다. 나는 고작 이 당연하고도 의미 없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나의 시간과 비용을 사용한 셈이 되었나 싶어 조금은 뻘쭘해지고 말았다.

 

하지만 어쩌면 무의미하게까지 느껴지는 작업으로 인해 나는 향후 어떤 장비에도 흔들리지 않을 기준을 확인하게 된 셈이며 더불어 필름과 수동카메라만 있다면 못 찍을 것은 없다는 유치한 결론으로 나의 첫번째 사진보고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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