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영등포를 걸어보았다. 그래봐야 두 시간 남짓 짧은 나들인셈이지만. 청과물 시장과 공구상가를 거처 영등포시장을 통과해서 문래동으로 돌아왔다. 하루이틀 뒤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간다고 했으니 짧으나마 마지막 가을 나들이인 셈이다. 오버홀이 잘 된 렌즈 엘마지만 역시나 어중간한 조리개값으로는 또렷한 화질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그저 만족할 만한 수준에 불과하고 지금 담는 사진들 중에서 특별히 고화질을 요구하는 사진은 없기 때문에 신경 쓰이지 않을 뿐이다. 바르낙을 사용하면서 어쩔 수 없이 콘탁스iia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유용성과 저렴한 가격 그에 더한 편의성 까지 압도적인 콘탁스iia의 승리다. 바르낙을 사용해보니 더욱 그런 점을 깨닫게 된다. 바르낙의 가치는 그저 예쁘다는 거^^

 

이날은 중간 조리개(f6.3)을 위주로 사용했고 그로인한 화질 저하는 피할 수 없다. 그 상태에서 무한대 위주의 핀을 사용했더니 더욱 부족해보이는 화질을 느끼게 된다. 엘마는  최소f12정도를 기본으로 사용해야 하는 렌즈였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혹자는 영등포를 대단히 발전된 곳으로 알고 있다. 발전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하지만 영등포의 대표적인 대형건물 바로 뒤로 돌아가면 여전히 쪽방촌과 집장촌 그리고 공구상가 등이 즐비하며 오래된 아파트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꽤 길게 늘어선 청과물 시장의 변함 없는 모습을 보노라면 차라리 그 사이사이에 존재하는 초 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잘못 자리잡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영등포의 현주소임에는 틀림 없다.

 

 

영등포재래시장을 들어서다가 바르낙을 알아보는 공구상을 만났다. 그거 비싼 카메라 아니냐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주변에 오래된 지인들 몇몇과 함께 서서 담배를 피우며 일 얘기를 하던 사장님 한분이 말을 걸어 온 것이다. 바르낙을 주시하며 계속 이야기 한다. 비싼 것 보다 오래 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여전히 비싼 카메라라며 화질도 좋은 렌즈라고 추켜 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카메라도 알아보시는데 사진 한장 담겠다고 했더니 손사레를 치며 거부하셨다. 비싼 카메라로 한 방 담아 드리겠노라 했더니 결국 시장을 가르키며 저쪽으로 가면 담을 것 많다고 가르치곤 가게 안으로 들어가셨다. 함께 있던 분들이 그렇게 아는체를 하더니 사진 한장 안 찍고 들어가느냐며 반쯤 놀려대는 모습을 보고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영등포 시장은 대부분의 재래시장이 그러하듯 크지 않았다. 휴일 인지라 문을 연 곳도 몇 없었고 그나마 문을 연 곳들은 먹을 것을 파는 가게들 뿐이었다. 메뉴만큼은 재래시장에서나 만나 봄직한 것들이었다.

 

 

 

재래시장을 지나 문래동으로 향하는 동안 휴일만의 한가함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하다못해 길거리 고양이마저 먹거리가 없는 거리에서 한가로이 자리를 틀고 앉아 움직일 줄을 몰랐다. 기계들도, 상점도 모두 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주택가와 오래된 상가에서의 모습에 불과 할 것이다. 대형 쇼핑센터와 상가들은 인산인해로 몸살을 앓고 있겠지. 대형 서점 또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있어야 할 곳, 어우러져야 할 곳을 버린 우리들은 이처럼 자각도 하지 못한채 대기업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세대를 거치며 편의라는 미명으로 더욱 더 비참해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산다.

'autochrome' 카테고리의 다른 글

snap365_광화문  (0) 2019.10.31
snap365_휴일, 문래동  (0) 2019.10.31
snap365_상수도 공사  (0) 2019.10.23
snap365_명동  (0) 2019.10.23
snap365_D.D.P  (0) 2019.10.23

WRITTEN BY
marut™
사진과 영상 그리고 장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한 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