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칙칙하단다. 남미의 강렬한 햇살을 찬양하고 유럽의 오래된 건축 양식을 달달달 외워 자랑하고 아프리카의 가난함 속 화려함을 부러워한다. 과연 서울은 회색 도시이고 흰색과 검은색 두 종류의 컬러를 가진 자동차가 전부일까? 다른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쉽게 해도 사진을 담는 사람들(취미, 전업모두)은 그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그 말은 누워 침 뱉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진가라면 뉴욕을 상징하는 사진을 기억 할 것이다. 개인차이는 있겠지만 대동소이한 것들과 작가들의 사진을 떠 올릴 것이다. 또 파리를 상징하거나 다른 도시를 상징하는 사진을 떠 올리거나 그 사진들의 가치에 열변을 토할만큼 지식이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에 준하는 도시 서울을 상징하는 사진을 떠 올려보라. 없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진가들의 게으름이요, 비극이고 역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서울을 대표하는 사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는 말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사진가들은 왜 서양 사람을 찍고 싶어 안달인가? 한국의 사진가들은 왜 유럽과 일본의 전통 양식과 그들의 거리 사진에 열광하는가? 깊은 의식 저변에 깔린 주입식 문화 사대주의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직후의 세대와 그 이후 세대는 분명 차이 지을 수 있었음에도 의심 없는 받아들임이 의식화 되었다고 밖에는 말 할 수 없다. 거리 사진이 아닌 스냅사진이라는 명분으로 의미 없는 사진을 담는 것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런 와중에 만나는 외국인이나 외국스럽게 느껴지는 풍경에 천착하는 행동은 십수년전부터 불어닥친 필름 사진을 감성이라고 부르는 엉뚱함보다 더 한심한 행동에 다름아니다. 

 

힘을 빼고 사진을 담는다는 표현이 있다. 타인에게 인정 받기 위해서나 스스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만들기 위해 집착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사진을 담는다는 뜻인데 이것은 사진가에게 매우 중요한 생각이다. 물론 사진가 개개인의 수준이나 성향에 따른 구분이 있을뿐 모든 사진가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오랜 세월 잊지 않고 사진 작업을 하다보면 같은 표현을 하더라도 편안한 느낌이 전달되는 수준에 도달한다. 

 

오늘의 리포트는 두 가지

서울을 대표하는 사진은 아직 촬영되지 않았다는 것과 쉽고 편안하게 전달되는 사진가의 노력에 대해서 주절거렸다. 

 

 


WRITTEN BY
marut™
사진과 영상 그리고 장비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한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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